땅과 민물의 하모니, 충청북도 ②
향토 미식 로드 _ 능이 칼국수
귀한 버섯의 진한 풍미 능이 칼국수
버섯 예찬론자들은 수많은 버섯 중에서 ‘1 능이, 2 송이, 3 표고’라고 맛에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때론 2, 3위의 순서가 바뀌기도 하지만 능이는 늘 으뜸이며 ‘송이는 하나 줘도 능이는 절대 안 준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질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식용 버섯 중에 가장 크고 모양이 웅장해서 ‘버섯의 왕’으로 불리거나, 또는 독특한 향 덕에 ‘향 버섯’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능이는 인공 재배가 되지 않는다. 주로 가을에 참나무나 물참나무 등의 활엽수림에서 채취한다. 특히 보은 속리산 일대는 자연산 능이 명산지로 손꼽힌다. 속리산의 맑은 공기와 숲 향기를 가득 머금은 능이는 맛도 맛이지만 영양 면에서도 더할 나위 없는 건강식품. 열량이 낮고 섬유소와 수분 함량이 풍부해 다이어트에 적합하며, 암세포를 억제하는 성분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버섯 예찬론자들은 수많은 버섯 중에서
‘1 능이, 2 송이, 3 표고’라고 맛에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때론 2, 3위의 순서가 바뀌기도 하지만 능이는 늘 으뜸이다
속리산 일대에는 이곳에서 채취한 자연산 능이를 활용한 전골, 무침, 백숙 등을 선보이는 식당이 많다. 그중에서도 말티재 부근에 위치한 <능이손칼국수>는 보은에서 유일하게 능이 칼국수를 파는 곳. 능이를 맛보고 싶지만 전골이나 백숙은 양이 많아 부담스러운 1, 2인 여행객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메뉴다.
능이는 가을 한철에 주로 채집하기 때문에 대부분 냉동 보관한 것을 사용하는데, 물에 담가놓고 해동하면 15분만 지나도 버섯 물이 진하게 우러나온다. 여기에 양파, 대파, 무를 넣고 끓이면 시원한 육수가 만들어진다. 이제 호박, 당근 등 각종 채소와 칼국수 면을 넣고 끓이면 되는데, 노란색, 녹색 면 색깔이 독특하다. 몸에 좋은 강황과 쑥을 넣고 반죽한 이곳만의 특제 칼국수 면으로 그 위에 가지런히 썬 능이를 고명으로 얹으면 뜨끈한 한 그릇이 완성된다.
능이는 가을 한철에 주로 채집하기 때문에
대부분 냉동 보관한 것을 사용하는데
물에 담가놓고 해동하면 15분만 지나도
버섯 물이 진하게 우러나온다
한 숟갈 뜨기도 전에 짙은 흑갈색 국물에서 능이 향이 진하게 풍긴다. 걸쭉한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면 구수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색감 고운 면발은 보기에도 좋고,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도 일품이다. 함께 곁들인 ‘지고추’를 칼국수 국물에 넣으면 보다 색다른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지고추는 소금물에 6개월간 삭힌 고추를 다져서 만든 충청도식 양념. 구수한 능이 육수와 어우러진 칼칼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능이 고유의 식감을 느끼고 싶다면 능이무침을 추천한다. 능이와 갖가지 채소들을 새콤달콤한 양념에 무친 요리다. 능이 특유의 꼬들꼬들한 식감은 씹는 재미가 있다. 능이칼국수는 시원한 속풀이로 좋고, 능이무침은 산뜻한 술안주로 제격이다.
Where to Eat?
능이손칼국수
A 충청북도 보은군 보은읍 성족2길 41
T 043-542-4585
H 10:00-22:00
글 정민아 <바앤다이닝> 에디터 사진 윤동길